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_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생명들, 그 곁에 선 사람들의 기록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난개발과 반환경적 정책으로 인해 갯벌과 강, 산과 숲, 마을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파괴의 현장마다 이를 막아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들, 기자회견장과 바닷가, 산길 어귀에서 자신의 하루를 내어놓은 사람들—우리는 그들을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이라 부릅니다. 새만금과 가덕도에서의 신공항 건설 저지, 지리산의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반대, 제주의 물과 노자산의 팔색조를 지키기 위한 골프장 개발 중단 요구. 산업폐기물처리장과 송전탑 건설,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에 맞선 싸움—이 모든 것은 개발에 맞선 저항이자, '지금, 여기'에서 생명을 지키는 활동입니다.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들과 마음으로 연대하고자 하는 '또 다른 당신'과 연결되기 위한 새알미디어의 연속 기획 프로젝트입니다. 기후, 환경, 생태 위기의 최전선에서 생명을 지키는 이들의 목소리를, 새알미디어가 연속 기고 형식으로 전해드립니다.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 두 번째 이야기는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해 1년이 넘는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임도훈 활동가입니다.
흐르는 강을 막았더니 강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4대강 사업은 16개의 보를 건설하면서 강의 흐름을 막았다. 흐르는 강을 막았더니 강은 썩기 시작했고 녹조가 창궐했다. 이곳에 서식하던 생명들은 강을 떠났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으로 2018년 16개 보 중 유일하게 세종보의 가동을 멈췄다. 금강은 다시 흘렀고 떠났던 생명들이 돌아왔다. 금강 스스로 살아나는 강의 모습을 보여줬다.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금강 지킴이 임도훈 _천막농성 1년, 세종보 농성장의 하루
Q. 세종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 싸움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금강 활동가예요. 하천이랑 강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가고 1년에 한 100일 정도는 금강을 걸어 다니면서 모니터링하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보 철거라든지 그리고 4대강 문제에 관련해 대응을 하는 활동을 해오다가 문재인정부에서 했던 모든 정책을 사실 뒤집고 윤석열 정부에서 세종보를 재가동하겠다고 해서 천막 농성을 진행하게 된 거죠
Q. 세종보는 어떤 게 문제이고 왜 철거를 해야 하나요?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진행을 했잖아요. 우리나라에 있는 큰 강_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그리고 섬진강까지 이렇게 6미터로 강을 준설을 하고 16개의 보를 만들었어요. 보를 만들고 나서 흐르는 강을 막았더니 강이 죽어가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수질도 나빠지고 녹조도 발생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강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그 문제에 대해서 저희가 굉장히 많이 지적을 했고요. 그래서 문재인 정부 들어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시행을 하면서 세종보를 개방했습니다. 세종보랑 공주보를 2018년도부터 개방을 했으니까 개방된 지 만 7년이 이제 지났고 개방을 하고 나서 강이 많이 회복이 됐어요. 그래서 사실상 보가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나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강에 그런 문제점들이 많이 드러났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정책을 뒤집으면서 보를 활용하겠다 이런 정책들을 진행했고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저희는 대응을 하면서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지금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보는 하등 쓸모가 없어요. 강을 죽이는 역할만 하고 있고 강에 살고 있는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래서 2021년도에는 보를 철거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결정이 됐던 상황이었고 그 정책을 이행하라고 지금 이렇게 투쟁을 하고 있는 거죠.
어! 물총새다! 너무 예쁘네요! 물총새는 이렇게 저런 나뭇가지나 저런 데 앉아 있다가 날아서 이렇게 떠 있다가 물로 팍 들어가서 사냥하고 나와요. 굉장히 멋있죠 예쁘고!
Q. 세종보가 가동을 하면서 발생했던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2012년도에 4대강 사업이 준공이 됐어요. 그래서 2012년도에 세종보가 가장 먼저 만들어진 보에요. 흐르는 강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잖아요. 그래서 보를 만들어서 흐르는 강을 막았더니 물이 썩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수질이 나빠지고 악취가 발생하고 그리고 녹조가 창궐하고... 사실 녹조 자체가 나쁜 건 아니거든요. 녹조는 산소를 굉장히 많이 생산을 합니다. 그래서 녹조는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한데 문제는 흐르는 강을 막아서 보를 설치해서 흐르는 강을 막았더니 녹조가 한 곳에 많이 창궐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페인트와 같은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자연히 그런 상황에서는 이제 생명들이 살 수가 없게 된 거죠. 그래서 많은 생명들이 강을 떠났습니다. 물살이들은 떼죽음 당하고 그런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죠. 2018년도부터 수문을 개방하고 나서야 지금 이 모습으로 강이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 거죠.
Q. 강이 회복된 이후에 목격하신 회복의 모습, 생명들이 돌아오는 모습들은 어땠나요?
일단 물이 고여 있지 않고 흐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울도 만들어지고 자갈밭도 드러나고 모래밭도 드러나고 그러면서 하중도도 생기고 모래섬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예전에 철새들이 쉬어가던 기착지 역할을 지금 다시 하게 되기 시작한 거고 자연스럽게 회복된 자갈밭이라든지 모래밭에 아이들이 산란을 하거나 또 서식을 해요. 그래서 야생 동물들이 다 돌아오기 시작했고 물이 흘러가기 시작하면서 이제 흐르는 물에서 살 수 있는 그런 물살이들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미호종개라든지 흰수마자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고 발견되기 시작했고 물도 깨끗해졌고요. 녹조도 사라졌고. 저희가 굉장히 상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아이가 흰목물떼새라는 아인데 그 아이는 이런 자갈밭에다가 산란을 해요. 4대강 살리기 사업 이후에는 사실 강 본류에서는 사라졌던 아이들인데 수문을 개방하고 나서 이제 회복된 강으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고 지금도 산란을 하고 있습니다.
Q. 지금 유일하게 세종보가 가동을 안 하고 있는 거잖아요? 이 세종보의 싸움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문재인 정부 당시에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공약으로 하고서 당선이 됐잖아요. 당시에는 2018년도까지 4대강, 16개 보에 대한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게 목표였거든요. 그런데 영남 지방에서는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서 낙동강 지역은 시도도 못 했고 그러면서 금강하고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를 밟았던 거고 그중에 세종보가 제일 만만했던 보예요.(금강 영산강에는 5개의 보가 있다)가장 규모가 작고 고장이 잦았기 때문에 그래서 2018년도에 개방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닫히지 않았던 거에요. 장기간 보를 개방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자연성이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세종보에요. 그래서 굉장히 상징적인 곳이죠. 보를 개방하면 강이 이렇게 회복 되는구나 라는 증거인 거죠. 여기 지금 돌아온 생명들, 그게 증인인 건데 세종보가 닫히면 고스란히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로 돌아가는 거예요. 윤석열이 4대강을 계승하겠다면서 정책을 추진했을 때 결국 하고 싶은 거는 댐 건설, 하천 준설 같은 하천 토건 사업인 거였어요. 세종보 수문이 닫히는 것은 단순하게 하나의 수문이 닫히는 게 아니라 물 정책이 고스란히 과거로 회귀되고 하천 토건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는 거죠. 단순하게 세종보 하나를 지키는 것 또는 단순하게 금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물 정책에 있어서 굉장히 상징적이고 의미가 있는 곳인 거죠. 그래서 이 세종보 재가동을 막고 보 처리 방안을 원상회복하고 국가 물 관리 기본 계획을 원상회복하는 것, 그것이 우리나라 물 정책 전반적인 어떤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인 거죠.
Q. 세종보 가동으로 발생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이 주변의 시민들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실제로 세종보 인근에 사시는 분들은 악취 문제라든지, 그리고 낙차 소음, 그런 것들에 대해서 민원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리고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도 지금은 수문이 개방된 상태라서 많이 회복이 됐지만 그때 당시를 회상하시면서 심각하다 문제다 그래서 다시 세종보를 재가동하면 그런 문제들이 발생할 텐데 재가동되면 안 된다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죠. 인근 아파트에서 사시는 분들 중에 여기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이 농성장을 보고서 또는 뉴스를 보시거나 언론을 보시고서 방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강에 물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니면 강 이대로 좋다 라는 것은 취향 문제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강이 살고 죽고 하는 문제는 취향 문제가 아니거든요. 반드시 강은 살아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맑고 깨끗한 물, 그리고 건강한 물, 건강한 강, 거기서 사는 또 건강한 야생 동물들 그게 사실은 생물 다양성도 보존하는 길이고 또 도시 생태계도 보존하는 길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켜져야 되는 거죠. 그래서 많은 시민분들이 사실은 여기에 호응을 해 주고 계시기도 하세요. 실제로 예전에 세종보 수문이 닫혔을 때의 금강을 목격하신 분들은 전부 다 100이면 100 세종보 재가동 반대하십니다. 그때 세종보 닫았을 때 너무나도 심각했다. 악취가 너무 심했고 인근에서 산책을 하거나 뭐 런닝을 하거나 아니면 자전거를 타거나 할 수가 없었던 상황을 다 보신 분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세종보 재가동을 반대하시죠. 근데 이제 그걸 모르고 계신 분들, 지금 이 열려 있는 강만 보신 분들, 강 뷰라고 하죠? 리버뷰의 어떤 프리미엄 이런 걸 생각하시는 분들은 찬성하시는 분들도 있죠. 근데 말씀드렸다시피 그건 취향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세종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금강이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강은 연결되어 있고 하나로 생명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어떤 누군가의 취향 문제로 강을 죽이거나 독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고 계세요. 오늘도 보셨다시피 그냥 이 강의 모습을 즐기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원래 여기가 논과 밭이었잖아요. 그런데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사실 서식지를 빼앗겨서 강으로 내몰린 거거든요. 너구리 오소리가 강에 살아요. 그러니까 그런데 다시 물을 채워서 그 친구들을 또 내보내면 도심에 고라니 출몰한다고 또 포획할 거고 사살할 거고...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요? 그러니까 강은 이렇게 흘러야 하고 여기 생명들이 살아야 되는 거예요. 무슨 리버뷰나 아니면 취향 문제로 물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너무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Q. 보로 인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런 시민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강이 스스로 그런 것들을 다 보여줬어요. 그러니까 2012년에 세종보가 준공되고 나서 수문을 닫았을 때 강이 썩어가기 시작했고 죽어가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2018년에 개방하고 나서 강이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이 모든 것들이 다 강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가에 나와서 한번 살펴보시면 알아요. 그리고 물이 고이면 바로 녹조가 발생합니다. 더군다나 기후 위기가 심각해ㅕ 작년 같은 경우에도 이상 고온이 발생하면서 장마 이후에 녹조가 굉장히 짙었거든요. 대청호도 녹조가 심했고 하구뚝 영향을 받는 강경포구 녹조가 굉장히 심했어요. 그런데 이 수문이 개방되어 있는 이 세종보는 녹조가 그래도 많이 발생하지 않았거든요. 그걸 좀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 눈으로 한번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이번에는 녹조를 한번 다크 투어를 한번 해보려고 해요. 금강 하구 쪽에 가면 녹조가 창궐한 곳을 한번 같이 가서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경험해 보시면 아실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 한번 와보셔라 이런 말씀드리고 싶네요. 낙동강 인근에서는 녹조가 굉장히 심각하거든요. 그래서 낙동강 하구 쪽에 있는 해수욕장이라든지 거기서 녹조가 창궐한 파도가 쳐요. 녹조 파도가 치는데 거기서 해수욕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국가가 국민들을 위험에 방치하고 있다 뭐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해외에서는 그런 경우에는 수상 활동을 못하게 해요. 물에 접근을 못하게 합니다. 근데 훨씬 심각한 녹조에서 지금 해수욕을 하거나 강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정부가 무책임하게 사실 국민들을 방치하고 있는 거죠.
세종보 재가동 반대 천막농성 1년, 강과 생명을 지키는 자리
윤석열 정부가 세종보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물에 잠기게 될 자리에 천막을 세웠다. 금강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은 "여기서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강에 깃든 생명들을 기록하며 흐르는 강을 지켜왔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임도훈 활동가세종보재가동반대천막농성장에서
Q. 천막 농성이 1년이 넘었는데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고 왜 하게 된 건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세종보는 철거하는 게 좋겠다라고 국가적으로 정책적으로 결정이 됐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그 정책을 뒤집었어요. 그러면서 보를 활용하겠다. 4대강 사업을 계승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2023년 11월에 세종보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래서 수리를 하고 2024년 5월 달에 세종보를 닫겠다 이렇게 발표를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4월 29일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 거죠. 저희가 농성 천막을 친 곳이 세종보 수문을 닫으면 물에 잠기는 곳이에요. 세종보 수문 못 닫는다 우리가 여기 나가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지금 1년 동안 지키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지금 수문이 안 닫히고 있는 거고 세종보 재가동 중단이 결정될 때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Q. 농성장의 하루 일과 그리고 맡으신 역할은 어떻게 되세요?
주로 아침에 새소리들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 6 7시 정도 일어나서 이제 일과를 하는 거죠.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강을 모니터링하고요. 여기 살고 있는 생명들, 만나는 친구들 그런 것들을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업무들도 사실 다 해야 돼요. 제가 강 업무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케이블카라든지 아니면 골프장이라든지 그런 것들에도 대응을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업무도 보고 있고 기사를 쓴다든지 보도자료를 쓴다든지 그런 업무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정리해서 일지를 적어서 올리는 일도 하고 있고요. 이런 싸움을 하고 있는 동지들이나 언론사나 이런 데 계속해서 알리고 이런 역할들을 하고 있죠.
Q. 오늘 제가 여기 와서 보니까 물때새 산란 중이라서 조심해 달라는 푯말도 있던데 농성하시면서 어떤 생명들을 만나나요?
매일같이 찾아오는 할미새 친구들이 있고요. 그리고 물총새, 흰목물떼새, 깜짝도요, 삑삑도요, 이런 친구들, 그리고 오리들도 많이 있고요. 너구리, 삵, 고라니 이런 친구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해요. 매일 봐도 경이롭고요. 그 몸짓들이 너무 예뻐요. 그래서 저희가 여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또 농성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그렇죠. 경이롭죠.
Q. 이렇게 기록을 계속 남기시는 이유는 있으세요?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이곳이 왜 지켜져야 되는지에 대해서 저희는 계속 증명을 하고 이야기를 해야 되니까 이런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걸 계속 기록하고 남기는 게 저희 주된 일이에요. 저희들이 지키는 아이들이니까 당연히 저희가 계속 관찰하고 찾아야겠죠.
Q. 여기서 만나 만난 생명들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생명이 있나요?
사실 누구 하나 빼놓을 수가 없는데 흰목물떼새가 가장 상징적이기도 하고 저희들한테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2024년 4월 29일 농성을 시작했을 때 이제 막 산란을 시작 했던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농성한 첫날 한 알, 둘째 날 두 알, 셋째 날 세 알, 이렇게 해서 산란을 계속 하루에 한 알씩 하거든요. 네 알까지 났는데 그렇게 해서 같이 농성 시작과 동시에 산란을 했던 친구들이 부화를 했고 아기새가 돼서 날아다니는 모습, 이런 걸 저희는 다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지금 이제 산란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경이롭죠. 저희들 이 지켜냈다는 것, 그 친구들이 저희를 지켜주기도 했고요. 굉장히 농성 동지죠. 저희는 형제, 자매라고 부릅니다. 이 친구들도 저희가 이제 1년 정도 여기 이렇게 있다 보니까 익숙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올렸던 영상이나 사진에도 있는데 천막 텐트 지붕에 그 친구들이 앉아 가지고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깨기도 했거든요. 굉장히 낭만적이죠. 새 발자국 소리에 잠이 깨는... 경이롭고 예쁘고
▲흰목물떼새
▲금강에 깃든 생명들
Q. 여기를 찾는 분들이 특별히 좀 조심해 줬으면 하는 것도 있으세요?
지금 아무래도 산란철이니까 그 친구들이 위장을 해놓잖아요. 그래서 (알이) 잘 안 보이거든요. 그래서 함부로 걸어 다니다가는 상하게 할 수가 있죠. 그래서 조심해 달라고 이렇게 팻말도 붙여 놓고 하죠.
Q. 일 년 넘게 농성을 해오시면서 그리고 뭐 농성 뿐만이 아니라 강을 지키는 싸움을 해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어떤 순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어요?
새들이 부화를 하면 나는 연습을 해요. ‘이소’한다고 하는데 둥지를 옮기고 나는 연습을 하는데 아기새는 아직 잘 날지를 못하잖아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나는 연습을 하다가 사람이 있더라도 가까운데 앉아서 쉬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 아기새가 그렇게 나는 연습을 하는 것을 볼 때 좋아요. 강가에 있다 보니까 비가 많이 오면 굉장히 무섭기도 한데 작년에 천막이 두 번 정도 물에 잠겼었거든요. 그런 것들을 극복해 나갔던 경험들. 그리고 또 천막에 찾아온 동지들이 여기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웃고 그랬던 것들이 굉장히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고 오랫동안 안 잊혀질 것 같아요. 천막농성이 끝나고 우리들의 요구 사항이 들어져서 (들어지지 않으면 안 나갈 거기 때문에)나가게 되더라도 이 곳이 그리워질 것 같다 그런 이야기들을 서로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천막이 없더라도 자주 여기서 만나고 모임을 가져야 겠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요.
Q. 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거나 슬펐던 경험은요?
세종보 아래쪽 하류로부터 가면 공주보가 있거든요. 공주보 상류 쪽에 고마나루라는 곳이 있어요. 국가 명승이고 모래사장이 굉장히 넓게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곳인데 공주보 수문을 닫으면 거기가 물에 잠기거든요. 그러면 수문을 다시 개방하더라도 거기에 펄이 쌓입니다. 그러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거든요. 정말 곱고 아름다운 모래사장인데 백제문화재라는 행사를 할 때마다 공주보수문을 닫았어요. 그게 한 6-7년 정도 됐는데 2023년도에 저희가 그 고마나루에서 천막 농성을 했습니다. 수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있어서 그때도 모래사장에다 천막을 치고 농성을 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6일을 막았어요. 6일 동안 공주보 수문이 닫히지 않게 막고 있었는데 천막이 4일 만에 철거가 됐어요. 공무원하고 용역하는 사람들 100명 정도가 와서 천막을 다 철거했었죠. 그래도 저희는 농성을 계속했어요. 비박 농성을 한 거죠. 의자 하나 깔고 앉아서 농성을 했는데 마지막에는 사람이 있는데 그냥 수문을 닫아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발가락부터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데 9시간 동안 물속에서 저희가 농성을 했어요. 많은 동지들이 달려와서 이제 같이 함께 했었는데 9시간 정도 있다 보니까 저체온증이라든지 건강상 위태로운 상황이 생기니까 농성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죠. 결국은 물 밖으로 나와서 물이 가득 찬 고마나루를 바라봤을 때, 당일날은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고요. 저는 그 다음 날도 고마나루 갔거든요. 그 다음 날 물에 잠긴 고마나루를 보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다시는 이렇게 지지 말아야지’ 이런 다짐을 하고 바라봤던 것이 가장 기억나요. 힘들었다는 생각보다는 슬펐고 또 다시 한 번 어떤 의지를 다지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 해줬던 같이 해줬던, 물에 같이 들어왔던 동지들을 잊을 수가 없고, 너무 고마웠죠.
Q.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고 또 싸워 나가실 예정이세요?
저희가 여기 1년 있는 동안 세종보 수문을 못 닫았거든요. 저희가 있기 때문이에요. 천막이 있기 때문에 세종보 수문을 닫지 못했는데 이 현장을 지금처럼 지켜 나가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고요. 정책적으로도 계속 합리적으로 요구하고 반영될 수 있도록 그런 접촉을 계속 하려고 해요. 이전에 국회 환노위 의원들이 와서 여기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의원은 여기 천막에서 하룻밤 자기도 했어요. 그런 게 정치적인 모습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추진이 되게 하기 위해서 정당이라든지 국회의원이라든지 만나서 계속 소통을 하고 시민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지자체에서도 보를 가동해서 경제를 활성화한다든지 관광을 활성화한다든지 이런 접근보다는, ‘많은 물 보다는 맑은 물이 좋은 거다’ 라는 어떤 가치관이나 철학의 전환이 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Q. 4대강 사업 이후 강을 지키기 위한 싸움부터 1년이 넘는 농성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도훈님에게 이렇게 계속 싸울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친구들한테 저는 집중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동력이죠. 이 친구들이 동력이고 이유고 뭐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강이 살아나야 되고 또 여기 있는 친구들이 마땅히 살아가야만 하는 그런 곳을 지켜야 된다는 게 저희 동기이고 이유이기 때문에... 매일 아침 천막 문을 열고나올 때마다 이 새들의 소리, 제가 지켜야 되는 친구들이니까요. 인간은 계속해서 말을 하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말을 하지 못하니까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좀 대변하고 싶은 것이 저희들 마음이기 때문에 동기죠. 운동의 동기고 저희가 여기 있는 이유고 힘을 얻게 되는 이유죠.
정치 논리에 갇혀 거꾸로 가는 물 정책
세종보 재가동을 막는 것은 우리나라의 물 정책을 정상화하는 싸움이다. 토건 사업의 도구로, 정치적 논리에 갇혀서 생명의 강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Q. 지금은 문을 닫지 않고는 있지만 완전하게 중단을 발표한 것도 아닌데 정부가 세종보를 가동하지 않겠다라는 최종적인 정책적 결정을 안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을 하는 거죠. 윤석열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그 정치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사실은 보수 세력을 규합시키기 위해서는 사실은 이전에 있었던 그런 보수 정권의 어떤 정책들을 사실은 다시 부활시켜서 이용하려는 그런 정치 정략적인 그런 판단이 있는 것 같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물 정책 자체가 굉장히 퇴행을 하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에서 내놓고 있는 정책이 14개의 신규 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를 했고 대규모의 하천 준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것 자체가 사실은 하천 내에서 토건사업을 벌이는 거잖아요. 4대강 사업이 사실은 아주 대표적인 하천의 토건 사업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정책을 옹호하면서 토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자본 자본적인 문제도 있겠죠. 그런 수단으로 이용하는 거라고 판단이 돼요.
Q. 강을 그대로 두지 않고 개발의 도구로, 토건 사업의 도구로만 보고 있는 건데 정부의 물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2018년도에 세종보 개방하고 나서 보 개방 모니터링을 매년 진행을 했어요. 그래서 환경부는 그 자료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물론 가지고 있고요. 수질도 좋아지고 생태계도 좋아지고 모든 게 건강해졌다라고 환경부가 자료를 가지고 있어요. 발표도 했어요. 그래서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 건데 어떤 과학적인 데이터라든지 연구 결과라든지 이런 것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정치 정략적으로 강을 이용하는 거예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국민들이 많이 아실 필요가 있는데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쉬쉬하는 거죠. 밝히지 않고 이 정치 정략적으로 계속 호도를 하는 거죠. 그래서 홍수를 예방한다 뭐 가뭄을 예방한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런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보를 보를 운영하거나 결정하는 주체가 환경부거든요. 환경부는 자신의 어떤 역할에 맞는 근거나 데이터를 가지고 정책을 결정해야 될 텐데 그런 것들을 외면하고 정권, 어떤 기득권 자본의 논리로 그냥 정책을 결정하거나 추진하는 것, 그게 굉장히 잘못된 것 같아요. 세계적으로 지금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거나 이렇게 지금 물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다시 토건 사업으로 회귀하고 있는 거죠. 윤석열 정부 이후에 우리나라의 물 정책은 수십 년 전으로 퇴행했다 저희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세종보 재가동을 막는 것, 그리고 보 처리 방안을 이행하는 것 이것은 사실 우리나라 물 정책을 다시 정상화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지금 저희가 농성하고 있는 이 자리가 사실은 물 정책에 있어서는 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물 정책에 있어서 최전선이고 교두보라고 생각해요
Q. 예를 들어 신공항 계획의 경우는 국토부와 환경부가 서로 견제하고 싸워야 될 부분들이 있잖아요.(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물 정책 같은 경우에는 부처간 어떤 견제나 경쟁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나요?
그것이 이른바 국가 물관리 일원화라는 건데 이전에는 이수, 치수 관련해서, 용수, 물의 수량 문제에 있어서는 국토부가 관리를 했어요. 근데 이제 국가 물관리 일원화를 하면서 그게 환경부로 다 이관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물 관련 업무를 환경부가 다 가져간 거예요. 근데 문제는 국토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환경부로 책상만 바꾼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근본적인 물 정책의 철학을 갖춘 게 아니라 실상은 단순하게 그냥 업무만 옮긴 형태로 된 거죠. 사실상 환경부가 국토부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Q. 윤석열 정부가 여러 가지 이제 물류 정책적으로 이제 개발과 토건을 앞세운 물 정책을 실시했는데 탄핵이 됐어요. 이제 새 정부가 6월에 이제 선거를 통해서 출범이 될 것 같은데 요즘 뉴스를 보면 매우 시끄럽지만 이 세종도 싸움 금강 재자연화 싸움의 어떤 상황과 전망 정치적인 전망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세요?
어떤 분들은 굉장히 쉽게 낙관하시더라고요. 윤석열 정부가 파면되고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새 정부 문제 잘 해결되지 않겠냐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민주당에서도 표심을 얻기 위해서 중도 보수 쪽에 계속 어필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환경 분야는 사실 굉장히 취약한 분야예요. 그래서 중도 보수의 주기 좋은 선물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쉽게 낙관이 되지 않아요. 정책 제안을 하거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계속 지금 접촉은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크게 어떤 변화나 기대를 가지지 않고 있고 어떤 본분에 맞는, 그러니까 이 농성장의 원래 취지에 맞는 그런 앞으로의 활동이나 대응을 지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 일을 하기보다는 지금 현장에서 만나고 있는 지금 이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서 이 현장에 좀 집중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문재인정부시절, 재자연화 결정을 하기까지 시민사회기가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정책적으로 제안도 하고 참여도 했었잖아요. 회의체를 만들고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새 정부에서 좀 가능할 수도 있는 걸까요?
이런 부분이 사실 말씀드리기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에요. 문재인 정부 때도 사실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이 됐지만 사실상 지금 우리나라 4대강에 변화된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온갖 위원회를 만들고 거버넌스를 만들고 온갖 토론회를 하고 정책 협약을 했지만 사실상 지금 4대강이 개선되거나 좋아진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지금 보 하나 열려 있는 거거든요. 16개 보 중에 세종보 하나만요. 그러니까 끈질기게 투쟁하고 싸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 때 너무 정부하고 좋은 관계를 생각하고 좋아질 거라고 낙관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한 6-7년 전까지만 해도 새 정부에서 철거될 거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거든요. 그런데 실상 한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앞으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또 설사 어떤 대화 모드가 열리고 어떤 협의체가 꾸려지고 그런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강의 어떤 변화가 시작되는 거는 이행이 돼야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 일을 위해서 사실은 계속해서 현장 투쟁을 치열하게 하는 게 지금 저한테는 큰 관건이고 관심사예요. 그래서 저는 낙관하지 않아요. 그리고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극적인 어떤 변화가 나타날 거다 이렇게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Q. 환경 분야는 특히나 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이제 선거가 시작이 되면 여러 가지 공약들이 남발할테고 그래도 공약 한 줄이라도 들어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
저도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책 제안도 하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살펴보겠다라는 답변은 받고 있지만 사실은 안 들어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영남권에 낙동강이 있잖아요. 낙동강 수문은 한 번도 완전 개방된 적이 없거든요. 왜 그러냐면 낙동강 인근에서는 주민분들이 (수문개방을) 반대하시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보수 정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고 그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낙동강 보 수문을 닫는 게 굉장히 주기 좋은 선물이라는 거예요. 원전도 마찬가지죠. 탈원전 하지 않겠다 이 말이 중도 보수한테는 굉장히 메리트 있는 말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4대강도 빨리 철거할 필요 있냐, 합리적으로 방법을 찾아보자, 대화를 해보자, 이렇게 얘기하기에 너무 좋은 거 아닌가요? 정치라는 것의 생리가 그런 것 같습니다.
Q. 물 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말씀하신 것처럼 토건 사업과 관련이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일단 지금 건설 토건 과정이 거의 끝난 게 아닌가요? 그럼 거기서 토건자본이 더 얻을 이윤이랄 게 있나요?
말씀드렸다시피 댐 건설하면 토건이잖아요. 하천이라는 게 침식 운반 퇴적 이게 반복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또 쌓입니다. 그러니까 준설이라는 것은 한 번 시작하면 매해 해야 돼요. 그러니까 토건업자들에게 있어서는 사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사업인거죠. 그런데 생태계를 회복하거나 강을 자연 하천으로 복원하는 것도 사실은 사업이 될 수 있거든요. 자본의 어떤 생리랑 맞아떨어질 수가 있거든요. 하천을 복원하고 생태하천으로 만들고 이런 것들도요. 사실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좋은 사업이 될 수 있는 건데 정치에서는 그런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토건 자본 그 카르텔이 있는 거겠죠. 발상을 바꿔서 하천을 살리고 자연 하천으로 복원하고 이런 쪽으로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준설하거나 댐을 짓거나 하는 것이 너무 쉬운 거예요.
그저 흐르기를
강을 지키는 싸움이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는 어디에도 이런 싸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이 강의 모습 그대로 그저 흐르기를 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강에 깃든 생명들과 생명의 편에서 싸우는 이들의 증인이 되어 주길 바라며 그는 오늘도 생명의 편에 서 있다.
생명편에선 우리가, 생명편에 선 당신에게 (임도훈 활동가에게 보낸 편지)
강물이 흐를 수 있도록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보가 철거될 때까지 응원합니다.
우리는 강해요. 생명은 강해요. 강에서 흘러요. 흘러서 이겨요. 우리와 함께 이겨요.
도훈님이 바라는 금강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강을 지키는 생명을 지키는 싸움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기억해 주면 좋겠나요?
Q. 도훈 님이 바라는, 꿈꾸는 금강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런 거 없어요. 바라는 거 없습니다. 금강은 그냥 강 그대로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바라는 게 없고 일단 강의 흐름을 막는 이런 무의미한 시설물들이 철거 되고 마음껏 강이 흐르면 좋겠어요. 강을 그냥 흐르게만 하면 강이 스스로 자기 몸을 치유합니다. 그래서 이 모습 이대로가 가장 좋은 강의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금강한테는 아무것도 바라고 싶지 않고 아프지 않게 지켜주고 싶습니다.
Q. 강을 지키는 생명을 지키는 싸움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기억해 주면 좋겠나요?
이런 싸움이 없어야겠죠. 제가 고마나루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었는데 고마나루의 전설이 있어요. 곰하고 나룻배를 운전하는 사공하고 사랑에 빠지거든요. 그런데 사공이 도망을 가요. 그래서 곰이 사랑하는 사공을 기다리는 전설이 있어요. 제가 부르는 노래 중에 ‘흘러라 강물아’라는 노래 가사 중에 공주보 수문을 닫으면 고마나루가 사라지니까 이제 어디서 곰이 사공을 기다리나 이런 가사가 있거든요. 저는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공주보 수문이 닫혔을 때. 물에 잠겼던 고마나루가 계속 떠오르는 거죠. 그래서 사무치는 아픔이에요. 그래서 다시 지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다 라기 보다는... 이 싸움이 끝날까 싶기도 해요. 계속 싸울 거고... 그냥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찾아오셔서 이 회복되고 있는, 살아있는 강의 모습. 그리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지키는 이 강의 모습을 담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요청을 한 번 드렸잖아요. “공주보에서 우리가 수중 농성을 할 때 9시간이 걸렸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9시간이면 전국 어디서든지 올 수 있다. 물에 같이 들어오시면 더 좋겠지만 물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우리가 물에 잠겨가는 모습을 봐달라. 그리고 그 증인이 돼 달라” 제가 이렇게 요청을 드렸거든요. 그래주시면 좋겠어요. 증인이 되어 주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싸운 사람들이 있고 이 강을 지키기 위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증인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 내가 그 강을 봤다. 내가 그 죽었던 강을 봤고 또 살아나는 강을 봤다”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해 주셨어요. 작년 4월 29일부터 시작해서 뭐 연인원으로 한 만 명 정도가 다녀가셨거든요. 그분들이 다 그 증인이 되어 주시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여기 오신 분들이 다 “금강은 너무 좋다” 낙동강에서도 오셔서 “아 금강은 너무 좋다” 이런 말씀을 해 주셨고 또 낙동강에서 정말 마음 아파하면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금강에 와서 “금강이 낙동강이고 낙동강이 금강이다” 이런 말씀하시면서 같이 싸워주고 계시니까 그 숱한 증인들이 이 강을 함께 지키고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훈 님이 여기에 함께 살고 있는 생명들을 만나면서 경이롭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저는 도훈 님이나 혹은 또 다른 현장에서 생명 편에서 그렇게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경외심이 들어요.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여기에서 도훈 님과 함께 만난 어떤 새의 이름을 알게 되면 제가 돌아가서 똑같은 새를 만나면 절대 잊지 못하겠죠. 많은 분들이 와주셨지만 만약에 보가 가동을 하면서 또 물에 잠기는 상황이 된다면,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분들이 여기 와서 달려와 주시고 연대해 주시고, 증인이 되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Q. 곳곳에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현장들이 많잖아요.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작년에 그 현장의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생명 현장 지킴이 대회’라는 걸 했어요. 1박 2일로 같이 시간을 가지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싸움들이 정말 너무 어렵거든요. 그리고 정말 간절합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간절해요. 싸움이 너무 치열한데 또 한편으론 굉장히 소외돼 있기도 해요. 그 지난하고 긴 싸움을 하고 있는 그 동지들에게 포크레인이 들어오면 달려가겠다는 약속을 했어요. ‘3일 연대’ 이렇게 이름을 정하기도 했는데 왜 3일이냐 하면, 혹시 연행이 됐을 때 유치장에 있는 48시간을 하면 3일이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3일을 가서 연행이 되든, 어떻게 되든 반드시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결연한 약속을 했고 그리고 생명 위령제를 했어요. 전국 현장에서 개발에 의해 서식지를 빼앗기고 쫓겨나는 그 생명들을 위해서 위령제를 같이 했는데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그런 말씀드리고 싶네요. 당신들의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고 얼마나 애타게 싸우고 있고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같이 생명의 편에 같이 서서 끝까지 함께 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