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 밀양-서울] 낭독(1)
이야기하고자 하는 마음에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살고자 하는 것은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며, 회복하는 것은 바로잡는 것이다. 주민들이 바라는 회복은 이전의 관계, 예전의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서로의 마음을 다지는 것이며, 동시에 부서진 채로라도 그 안에서 상처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은 괴롭겠지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
지금에라도 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더라도 가만히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또 그 이야기냐'며 나무라지 않고 지겨워 하지 않으면서 말하고 싶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 주는 일이다. 이야기하는 것은 상처받은이가 스스로의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 가운데 하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상처받은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고 회복을 위한 노력을 존중하며 다음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 이야기를 하고, 또 듣는 것은 기억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은 기억하는 자로 하여금 어떤 마음을 품게 하고, 이 마음은 기억하는 자를 움직이게 만든다. 이야기를 하고 들은 이들은 기억 하게 될 것이고, 기억하는 이들은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절망을 토로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부서진 마을'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부서진 것들은 부서진 채로 남아 있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나간다. 회복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기, 밀양 서울 함께 읽고 싶은 문장들 P. 227-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