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 밀양-서울] 낭독(2)
'주인 없는 땅'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린 이들은 망설이지 않는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설명하는 척하면서 정작 중요한 일들은 말하지 않는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명 없는 설명회가 진행되고, 동의 없는 동의 절차가 진행되고, 보상할 수 없는 손실에 대한 대가로 돈이 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으로 모든 일이 끝난다. 돈을 받았으니 이걸로 끝난 거라며 합의 없는 합의서에 도장이 찍히고, 건설이 예정된 그 무언가가 '주인 없는 땅'에 그들의 계획대로 들어선다.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 놓고, 어떻게 해서 자 신이 이곳으로 내몰리게 된 것인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여기서 떨어지겠냐, 내 손을 잡고 살겠냐' 묻는 것은 선택과 결정의 권한을 온전히 존중한 질문과 제안이 아니다.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없게 내몰리거나 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결정하는 것은 온전한 자신의 선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부터 국 가, 혹은 국가와 자본이 결합한 모든 개발의 시도들은 이 '주인 없는 땅' 을 수탈지로 삼아 이루어졌다.
'주인 없는 땅'의 주인은 정말 많다. 주인은 땅을 '소유한 자'가 아니라 그 땅에서 '살아가는 자'들이다. 그 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 땅에서 나고 자란 꽃과 나무들, 그 꽃과 나무를 오가는 벌과 새들, 또 그 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숱한 곤충과 길짐승들까지 모두가 그 땅의 주인이다. 그리고 우리도 그 땅의 주인이다. 그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먹고 그 땅에서 자란 나무들이 내뿜는 것을 호흡하며 살아가는 우리 역시 그 땅의 주인이다. 그곳은 '주인이 없는 땅'이 아니라 '주인이 많아도 아주 많은 땅'이다. (p.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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