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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환의 이정표, 탈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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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추진, 수도권은 어떻습니까(오마이뉴스 기고)

안녕하세요 의원님. 저는 강언주라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아 간혹 미디어를 보면서 흠칫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기후·환경정의 독립미디어 새알미디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산 해운대에 살고 있는 시민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고리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로부터 불과 19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의원님이 지역구를 옮기기 전 부산에서 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지역구를 용인으로 옮기셨네요(이 의원은 2020년 총선 당시 부산 남구을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 편집자 말).
직접 만나 이 이야기를 전할 길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 지면으로나마 의원님께 제 생각을 전합니다.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 설계수명이 다해 영구 정지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오른쪽)와 재가동을 위해 계속운전 절차를 밟고 있는 고리2호기의 모습.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설계수명이 다해 영구 정지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오른쪽)와 재가동을 위해 계속운전 절차를 밟고 있는 고리2호기의 모습. ⓒ 김보성관련사진보기
핵발전에 대한 의원님의 입장만큼은 꽤 오랫동안 일관돼 왔습니다. 2018년, 의원님이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당시 의원님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일국의 최고통치자가 영화 한편보고 감동한 나머지 '에너지다변화'정도가 아니라 '탈원전'을 들고 나왔다"고 했죠.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원전 없이 자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 결국 전력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텐데 자꾸 국민들 안심시키며 기만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정직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요. 그리고 7년이 지나 당을 옮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자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장된 의원님은 2025년 3월<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이미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라며 원전-재생에너지 믹스론이 "AI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SMR은 세계적으로도 큰 시장", "한국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SMR을 만들어 전 세계에 제일 많이 팔아야 한다"고도요.
그리고 덧붙여 "무엇보다 우리는 한 번도 '탈원전'이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때도 탈원전 기조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당시 원전을 폐쇄한다고 하면서 각종 논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이슈만 집중됐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민주당을 이야기 하시는 거라면 "한번도 탈원전이라는 얘기한 적 없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 탈원전 정책이 의원님 말씀처럼 가시적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공론화를 통해 새울3, 4호기(당시 신고리5, 6호기)의 건설 재개를 결정했고, 신규핵발전소는 더이상 짓지 않겠다는 탈원전의 방향성을 잃었습니다.
다시 돌아오면, 의원님은 우리나라에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산업 경쟁력이 중요하며, 핵발전은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라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저의 진심을 담아 다음을 제안합니다.
더 이상 핵발전소를 원하지 않습니다
의원님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반드시 용인에 유치해야 하고, 이전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반도체 산업과 함께 핵발전소를 용인에 유치하는 일에 적극 나서길 바랍니다.
용인에 핵발전소를 유치한다면 논리적으로 손해 볼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의원님이 강조해 온 반도체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선 반도체 산단 인근에 핵발전소를 유치하면 장거리 송전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송전선로 사고나 고장으로 인한 전력 공급 불안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발전소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수, 각종 법적 지원, 사업자의 지원도 뒤따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핵발전에 대한 의원님의 한결같은 진심을 이제 모두가 인정하게 될 겁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핵발전에 종속되는 지역경제, 주민 갈등과 공동체 파괴의 문제, 핵폐기물이라는 위험을 떠안게 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의원님이 주장해 온 SMR 기술 확보나 안전보다 경제성장을 우선하는 정책 기조를 떠올리면, 그런 의지로 이런 문제들은 감내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편지를 의원님이 꼭 읽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핵발전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 신규 핵발전소 추진을 공식화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그리고 그동안 핵발전을 옹호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전력은 많이 필요하지만 발전시설은 거의 없는 지역의 의원들과 함께 이제는 더 많은 전기를 쓸 '괴물'을 어디에 둘 것인가만 놓고 싸우지 말고, 그 괴물을 움직일 핵발전소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길 바랍니다. 핵발전이 정말로 불가피하고, 안전하며, 국가 경쟁력을 위한 선택이라면 전기를 소비하는 지역이 함께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부산에 사는 저는 이제 더 이상 핵발전소를 원하지 않습니다. 핵발전은 그만하고,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우리 지역이 정의롭게 전환되길 바랍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더 많은 핵폐기물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 더 많은 위험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않는 것이 저의 책임이자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님. 이재명 정부가 신규 핵발전소 2기와 SMR 건설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여론조사와 단 두번의 토론회로 결정을 지었습니다. 대형 핵발전소든, SMR이든, 핵융합이든,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 칭송해 온 그것들을,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책임질 발전원으로서 용인에 유치하는 데 앞장서 주십시오. 의원님이 2025년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 듯이 저 역시 '우파 에너지, 좌파 에너지'를 가를 생각은 없습니다. 의원님과 같이 '한국이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초조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에너지 정책이 정의롭게 민주적으로 수립되길, 누군가에게 희생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 생산하고 필요한 곳에서 감당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길 간절히 원합니다. 핵발전을 향한 의원님의 진심을 이제는 말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랍니다.
부산에서 강언주 드림
새알미디어 공동대표 강언주
새알미디어 공동대표 강언주 ⓒ 장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