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장영식 작가)
반갑습니다. 새알미디어라는 독립미디어에서 기후·환경정의, 그리고 탈핵과 정의로운 전환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강언주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15년 전 저는 출근길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때는 그 사고가 어떤 위험을 불러올지, 또 그 위험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이어질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에는 40년 전 체르노빌 핵사고를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15년 전 후쿠시마 사고를 또렷이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에게는 그것이 멀고 낯선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인류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말고도 수많은 핵사고를 경험해 왔습니다.
핵무기로 인한 전쟁이든,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핵발전소이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핵실험이든 모두 방사능의 위험과 핵폐기물이라는 책임을 남깁니다. 사고가 발생하든 발생하지 않든 핵은 언제나 차별과 갈등, 희생과 고통을 남깁니다. 이것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인류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분명한 교훈을 확인해 왔습니다.핵발전은 결코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며, 지속가능한 미래의 길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는 핵발전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정부는 AI와 반도체 산업을 이유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지구의 한계를 인정해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핵발전을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핵진흥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의 내란을 제대로 종식하고 있는 것이 과연 맞습니까? 단 세 차례, 여섯 시간의 회의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했습니다. 엉터리 여론조사를 근거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은 SMR을 마치 미래를 구할 기술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김성환 장관은 중동 전쟁 상황을 이유로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을 말하며 핵발전 이용률을 높이겠다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핵발전은 필요할 때 마음대로 켜고 끌 수 있는 발전원이 아닙니다. 전쟁상황에 따른 에너지 불안을 이유로 핵발전을 늘리겠다는 것은 결국 핵발전 확대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주장일 뿐입니다.
김성환 장관에게 분명히 알려 줄 것이 있습니다. 핵은 전쟁의 상징이자, 전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 역시 우리가 역사를 통해 확인해 온 사실입니다. 그래서 핵은 결코 평화의 에너지가 될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때 탈핵의 입장을 가졌었습니다. 박근혜 탄핵 촛불광장에서 “탄핵하고 탈핵하자”는 외침이 울려 퍼질 때,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 현장에서 탈핵을 응원하던 그 모습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후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감핵으로 후퇴하더니 지금은 아예 핵발전을 추진하는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분명한 에너지 민주주의의 포기입니다.
지금 이 나라 곳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영광, 울진, 고리의 주민들은 노후하고 위험한 핵발전소 옆에서 여전히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못처럼 박히는 송전탑 때문에 주민 공동체가 무너지고 땅과 산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월성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안전한 이주 대책을 요구하며 10년이 넘는 시간을 농성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방사능 피해를 겪은 주민들이 “내 몸이 증거다”라고 외치며 절규하지만 사법부는 한수원의 손을 들어주었고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3년째 아무 소식도 없습니다.
기후재난은 점점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쌓여가는 핵폐기물과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는 세대와 공간을 넘어선 위험으로 계속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이재명정부가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 의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항의하던 탈핵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경찰에 의해 사지가 들려 공청회장에서 끌려 나갔고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이재명 정부도 에너지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기업과 자본의 편에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려 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이렇게 살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이렇게 결정하도록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이미 일어나 버린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 한강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과거는 현재를 도울 수 있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 15년전의 후쿠시마 핵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역시 바로 그것입니다. 일어나 버린 핵사고를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지만 그 사고가 현재와 미래를 돕게 하는 길은 분명합니다. 이 사회가 탈핵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난 역사가, 핵기술로 인해 스러저간 수많은 생명들이 더 늦기 전에 핵무기, 핵실험, 핵발전을 멈추라고, 차별과 죽음으로 내달리는 이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멈추라고 지금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이재명정부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핵발전의 문제가 정쟁화로 남아서도 안되지만 정치가 책임을 외면해서도 안됩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논란과 갈등을 회피하고 숙의와 토론 대신 실용과 속도만 따진다면 우리는 절대 미래를 구할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더 심화될 것입니다. 환경 위기도 더 깊어질 것입니다. 이미 퍼져버린 방사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에 버려진 핵오염수는 바다 생태계 속에 남을 것입니다. 핵폐기물 역시 이 땅 어딘가에 계속 남아 존재하겠죠. 모두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잘못때문입니다.
하지만 희망도 있습니다. 그 희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입니다. 핵발전이 아니라 탈핵으로, 위험을 떠넘기는 에너지가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후쿠시마 15년을 기억하며 여기 모인 우리의 책임이며, 우리는 그 미래를 반드시 함께 만들어 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