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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환의 이정표, 탈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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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발 공약 넘치는 선거, 기후정치는 왜 주변인가

[기후시민의회로 시민주권을 찾자 ①] 시민이 참여하는 '기후시민의회' 제도화로 지역의 미래 결정하자

6 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앞다퉈 개발과 성장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지역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개발이 아니라 어떻게 더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기후위기는 에너지와 교통, 노동과 돌봄, 재난과 불평등까지 우리 삶 전반과 연결된 문제다.이번 연속 기고는 '6 3 지방선거, 기후시민의회로 시민주권을 찾읍시다' 캠페인을 소개하며, 기후위기 시대 왜 새로운 민주주의가 필요한지를 묻고자 한다. 캠페인 준비 과정의 에피소드부터 지역 공론장의 경험과 한계, 국내외 기후시민의회 사례까지 함께 살펴보며, 왜 지금 지역의 기후 거버넌스의 새 판을 짜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6·3 지방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5월 21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고, 유권자들은 곧 후보자들의 공약이 담긴 선거 공보물을 받아보게 된다. 이미 작년부터 선거 준비에 들어간 후보도 있고, 막판에 출마를 결심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수개월 동안 공천심사와 당내 경선,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 이제 본선에 섰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언론에서 반복해서 다뤄진 것은 후보들이 어떤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혼란스러운 경선 과정과 정당 간 이해관계와 정치공학적 계산이었다. 공천과 단일화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제 공약을 한번 볼까?' 하는 흐름. 선거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곳곳에서 개발과 성장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기후정책은 좀처럼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 산업 유치와 공항 건설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은 넘쳐나지만,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돌봄과 재난, 공공교통과 지역 불평등에 대한 질문은 쉽게 선거의 언어가 되지 못한다. 시민의 삶과 맞닿아 있는 정책들조차 대부분 '무엇을 더 유치해서 해결하겠다'는 식이다.
최근 언론과 시민사회가 각 정당의 정책을 평가한 내용을 보면 일부 진보정당들은 재생에너지 전환, 대중교통 확대, 건물·교통 부문의 탄소 감축 등 비교적 구체적인 기후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체 선거 구도에서 기후정책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거나 아예 공약화되어 있지도 않는 실정이다. 산업과 성장의 논리는 넘쳐 나는데, 기후위기와 전환의 방향을 둘러싼 논의는 좀처럼 중심 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5월 7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는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잉글랜드 전역과 스코틀랜드, 웨일스에서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 중심의 양당 구도가 흔들리고, 다당제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는 가운데 극우 성향의 개혁당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다.
동시에 녹색당 역시 기후위기와 사회정의, 대중교통, 돌봄,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주요 의제로 내세우며 존재감을 키웠다.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기후와 돌봄, 지역의 지속가능성이 더 이상 주변 의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선택하는 정치의 언어가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후정책이 경제와 개발의 부차적 항목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와 삶의 질을 묻는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여전히 성장과 개발 중심의 선거를 반복하고 있을까. 왜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선거에서 기후정치는 쉽게 주변으로 밀려나는 걸까.
새알미디어 '극우를 넘어, 진보정치의 희망을 찾아서 ' 속 영국 녹색당 부대표 레이첼 밀워드(Rachel Milward)
새알미디어 '극우를 넘어, 진보정치의 희망을 찾아서 ' 속 영국 녹색당 부대표 레이첼 밀워드(Rachel Milward) ⓒ 새알미디어관련사진보기
6·3 지방선거, 기후시민의회를 제안하다
기후위기는 에너지 전환과 산업 전환, 교통과 주거, 돌봄과 재난, 먹거리와 노동, 지역 불평등까지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그만큼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목소리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기후정책은 선거 과정에서 좀처럼 중심 의제가 되지 못한다. 기후정책이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정작 시민들이 정책을 고민하고 토론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항과 산업단지, 도로와 각종 개발사업처럼 이해관계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정치적 영향력으로 연결되는 의제와 달리, 기후정책은 여전히 '환경'이나 '미래 과제' 정도로 축소되거나 주변화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기후정치가 약한 것은 정책의 중요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기후정책을 자신의 삶과 권리의 문제로 연결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의 기후정책은 여전히 전문가 자문과 행정 중심의 '닫힌 의사결정' 구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후정책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다.
그래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지역 기후시민의회 공동실천단'을 구성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후시민의회'를 제안했다. 기후위기처럼 복잡하고 장기적인 문제를 시민과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배우고, 토론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지역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자는 것이다.
기후시민의회는 기후정책을 전문가와 행정, 정치인만의 영역에 두지 않고 시민들의 삶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제안한 것은 각 지역에 기후시민의회를 제도화하고 시민사회·노동·농민·청년 등 다양한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후정책이 '검토 대상'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고 이행해야 할 정책이 되도록 지역 기후 거버넌스의 새판을 짜자는 것이다.
정치하겠다면 소통 창구 열어야
그런데 이 제안을 실제 후보자들에게 전달하는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벽과 마주했다. 처음에는 꽤 호기롭게 시작했다. 광역단체장부터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까지 전국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기후시민의회' 제안을 보내보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관위에 등록된 예비 후보자가 80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실적으로 우선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중심으로 제안을 보내기로 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이번 캠페인은 디지털 시민광장 '빠띠'를 통해 진행되는데 시민이 '촉구하기'를 클릭하면 후보자 이메일로 직접 제안이 전송되는 방식이다. 그러려면 후보자 메일 주소 확보가 필수인데 정작 후보자 이메일 주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선거사무소 주소만 공개돼 있었고,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정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당에 문의하면 시도당으로 연락하라는 답이 돌아왔지만, 시도당 메일 주소조차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어떤 정당은 ARS 연결만 반복됐고, 어떤 곳은 끝내 담당자와 연결되지 않았다. 겨우 연결된 곳에서도 "중앙당으로 보내주면 전달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빠띠 캠페인 '6.3 지방선거, 기후시민의회로 시민주권을 찾읍시다!' 6.3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 '촉구하기'를 하면, 기후거버넌스 정책제안 내용이 각 후보자 및 소속 정당의 메일로 전송된다
▲빠띠 캠페인 '6.3 지방선거, 기후시민의회로 시민주권을 찾읍시다!'6.3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 '촉구하기'를 하면, 기후거버넌스 정책제안 내용이 각 후보자 및 소속 정당의 메일로 전송된다 ⓒ 빠띠
우리 캠페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선거철이면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후보자들에게 공약을 제안하거나 정책 질의를 보내고, 협약과 기자회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 대응 활동을 한다. 그때마다 비슷한 답답함과 마주한다.
도대체 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내려면 어디로 보내고,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가.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들에게 시민들은 왜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걸까. 유권자가 정책을 제안하고 질문하고 토론할 기본적인 창구조차 왜 이렇게 닫혀 있는 걸까. 정치는 늘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시민이 말을 걸 수 있는 통로는 생각보다 쉽게 열려 있지 않았다. 어쩌면 선거 이후 우리가 함께 요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각 정당은 중앙당뿐 아니라 시도당까지 정책 질의와 시민 소통이 가능한 메일 주소를 공개해야 하고, 선관위 역시 후보자 등록 과정에서 전화번호와 이메일, 선거사무소 주소를 함께 접수해 후보자 정보 공개 시 이를 포함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시민이 정치에 말을 걸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부터 만들자 제발.
투표를 넘어, 지역의 미래 함께 결정할 수 있을까
탄소중립법 개정으로 인해 시민이 기후정책을 학습·토론해 정부에 의견을 제안하는 숙의형 참여기구인 '기후시민회의'가 제도화되었다. 2027년 지방자치단체들은 제2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시민들이 단지 투표하는 유권자를 넘어, 지역의 기후정책 결정 구조 자체를 바꿔볼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물론 기후시민의회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답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형식적 참여에 머물거나, 숙의의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한 기후거버넌스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시민이 다시 결정 밖으로 밀려나는 구조를 반복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지역의 미래를 함께 결정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6·3 지방선거, '기후시민의회'로 시민주권을 찾아보자. 정책 공약으로 약속하고, 조례 제정으로 이행할 것을 함께 요구해 보자. 기후정책을 시민의 삶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다시 가져오는 일, 어쩌면 그 작은 시작이 지금 우리 지역에서부터 가능할지 모른다.
캠페인 바로가기:
지역기후시민의회공동실천단 캠페인 안내 포스터 6.3지방선거과정에서는 정책촉구 캠페인을, 선거이후에는 실천단 활동을 통해 기후시민의회에 대해 함께 학습하고, 지역에서 조례제정 운동 및 기후시민의회 실험을 이어간다.
▲지역기후시민의회공동실천단 캠페인 안내 포스터6.3지방선거과정에서는 정책촉구 캠페인을, 선거이후에는 실천단 활동을 통해 기후시민의회에 대해 함께 학습하고, 지역에서 조례제정 운동 및 기후시민의회 실험을 이어간다. ⓒ 지역기후시민의회공동실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