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배경]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하지만 무안공항 참사와 4대강 녹조, 전국 곳곳의 신공항과 난개발 사업을 취재하면서 공통된 의문을 마주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였지만, 그 뒤에는 환경영향평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왜 위험은 제대로 예측되지 않았을까. 왜 멸종위기종과 중요한 생태환경은 평가에서 누락됐을까. 왜 거짓과 부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돼도 개발은 멈추지 않았을까. 새알미디어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지역 주민과 전문가, 환경운동가, 현직 환경영향평가사, 참사 유가족,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이 탐사취재는 환경영향평가가 왜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는지, 무엇이 제도를 개발의 들러리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지키는 제도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 지를 네 편에 걸쳐 기록합니다
공항과 강에서 벌어진 참사, 그 시작에는 환경영향평가가 있었다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는 항공기와 새가 충돌한 조류충돌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공항 건설 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조류충돌 위험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이후 활주로 확장공사 환경영향평가에서 위험성이 확인됐는데도 예방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은 해마다 녹조로 뒤덮이고 있다. 녹조가 만들어내는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은 농업용수로 흘러들고 시민들의 식수원까지 위협한다. 하지만 4대강 환경영향평가는 녹조 발생과 피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공항과 강이라는 전혀 다른 공간에서 발생한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개발 이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피해를 줄여야 할 환경영향평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4대강 환경영향평가는 녹조를 예상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합천창녕보 일대는 여름이면 짙은 녹조로 뒤덮인다. 녹조가 가득한 강물은 지천인 덕곡천으로 흘러들고, 인근 약 70만 평 농지에서는 이 물을 끌어올려 모내기에 사용한다.
곽상수 창녕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보 가동 이듬해부터 녹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2011년 10월 말 보를 가동했고 2012년 6월 초에 녹조가 일기 시작했어요. 이 물이 덕천들 전체로 들어가고, 이 물로 벼가 자라는 거죠.”
그러나 4대강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녹조 발생과 농업·식수 피해에 대한 예측이 없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녹조독이 농산물과 사람의 코, 강에서 3.7km 떨어진 아파트 거실 공기에서까지 검출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환경영향평가가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2018년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에 따르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평가 기간 단축을 지시한 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통상 5~10개월이 걸리던 절차를 각각 2~3개월 안에 끝내기로 했다. 환경부는 녹조 발생 시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실제 협의에 반영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협의 업무를 부당하게 수행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단 9일 조사로 결정된 무안공항 입지
1998년 무안공항 입지를 결정하기 위해 작성된 평가서에는 조류충돌 위험에 대해 다음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운영 시 일부 조류와의 충돌 방지에 주의를 하면 큰 영향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결론의 근거가 된 조류조사는 1997년 8월과 11월, 1998년 6월에 각각 3일씩 모두 합해 단 9일이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공항 건설 전 최소 1년 동안 조류의 이동 방향과 고도, 개체 수와 무리 규모를 조사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무안공항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철새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겨울철 조사도 빠졌다.
무안공항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먹이터인 갯벌과 맞닿아 있다. 무안공항 환경영향평가서를 분석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나희 대외협력팀장은 “갯벌 속에 공항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될 정도”라며 “조류가 이동하고 서식하는 곳은 애초에 공항 입지에서 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평가서 협의를 완료했고,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했다. 17년 뒤 조류충돌로 시작된 참사가 발생했다.
위험을 확인하고도 늘리지 않은 조류퇴치 인력
무안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은 2020년 활주로 확장공사 환경영향평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평가서에서는 맹금류 9종의 충돌 위험이 높다고 서술되었다. 특히 2022년에 제출된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서는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 6종이 가장 높은 위험수준인 3단계로 평가됐다. 즉각적인 위험 경감 대책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무안공항 조류퇴치반은 4명뿐이었다. 제주공항과 김해공항이 각각 20명과 16명을 운영한 것과 큰 차이가 났다. 참사 유족 손주택 씨는 “사고 당일에는 조류퇴치 인원 한 명만 근무했고, 그마저 교대를 위해 사무실에 들어가 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조류퇴치 인력을 포함한 저감대책 강화를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인원은 늘어나지 않았다. 공항당국은 위험을 확인하고도 조치하지 않았고, 환경청도 협의의견이 이행됐는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평가서에서 사라진 가창오리
사고 여객기와 충돌한 새는 가창오리였다. 그러나 2022년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의 충돌위험 조류 목록에는 가창오리가 없었다.
2026년 감사원의 「항공안전 취약 분야 관리실태」에 따르면 국가철새연구센터의 철새지리정보시스템에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 10만 개체 이상이 출몰한 기록이 12차례나 기록되어 있었고, 주요 이동로는 공항 주변을 남북 방향으로 관통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자료는 환경영향평가 문헌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형적인 부실 조사다.
전국 신공항에서 반복되는 위험 축소
무안공항의 문제는 다른 신공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주변에서 확인된 조류 172종 가운데 39종만 충돌 위험성 평가에 포함됐다. 나머지 133종은 국내 다른 공항에서 충돌한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검토 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은 철새도래지 인근이라는 이유로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사업은 조건부 협의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통과했다.
가덕도는 매년 가을 수천 마리의 붉은배새매가 통과하는 주요 이동 경로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 조사는 이동 시기가 아닌 5월에 진행됐고, 붉은배새매는 하루 최대 4개체만 확인된 것으로 기록됐다. 붉은배새매와 까마귀는 과거 충돌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위험도 평가에서도 제외됐다.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범위를 반경 13km에서 5km로 줄여버렸다. 신규공항의 경우 반경 13km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관련 법규를 어긴 것이다. 평가 대상 면적은 1/7로 줄었고, 평가 대상 조류는 159종에서 109종으로 감소했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1심 재판부는 국토교통부가 조류충돌 평가 범위를 자의적으로 축소했다고 판단하여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내렸다. 최재홍 변호사는 “제외된 구간에도 평가 대상 조류 50종이 있었던 만큼 평가 축소가 위법성을 인정한 중요한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판결에 항소했다.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4대강 환경영향평가는 녹조를 예측하지 못했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수문 개방 의견도 반영하지 않았다. 무안공항에서는 단 9일의 조류 조사로 입지가 결정됐고, 활주로 확장 과정에서 최고 수준의 조류 충돌 위험이 확인됐는데도 저감대책은 이행되지 않았다.
제주 제2공항과 가덕도신공항에서는 조사 대상과 시기가 축소됐고, 새만금신공항에서는 조사 범위를 자의적으로 줄인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됐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개발로 발생할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고, 피해가 지나치게 크다면 입지와 사업을 다시 판단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위험을 예측하지 못하거나, 위험을 확인하고도 실제 조치로 연결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자주 발생해왔다. 환경영향평가 제도와 운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같은 방식의 참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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