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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알탐사 기사보기]”거짓·부실이 드러나도 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취재 배경]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하지만 무안공항 참사와 4대강 녹조, 전국 곳곳의 신공항과 난개발 사업을 취재하면서 공통된 의문을 마주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였지만, 그 뒤에는 환경영향평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왜 위험은 제대로 예측되지 않았을까. 왜 멸종위기종과 중요한 생태환경은 평가에서 누락됐을까. 왜 거짓과 부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돼도 개발은 멈추지 않았을까. 새알미디어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지역 주민과 전문가, 환경운동가, 현직 환경영향평가사, 참사 유가족,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이 탐사취재는 환경영향평가가 왜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는지, 무엇이 제도를 개발의 들러리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지키는 제도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 지를 네 편에 걸쳐 기록합니다
“7년 동안 팔색조 둥지를 55개나 찾아 증거를 보여줘도 없다고 했습니다. 있으면 사업에 방해가 되니까요.”
거제 노자산의 생태를 조사해온 원종태 거제생태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폭넓게 분포되어 있고 50여종의 법정보호동식물이 서식하는 거제 노자산 일대에 골프장과 휴양시설을 짓는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공식적으로 거짓 판정을 받았다. 개발 예정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대흥란의 이식 가능성을 뒷받침하던 논문은 연구윤리 위반으로 게재가 취소됐다.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는 큰고니 서식지 훼손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된 논문이 연구부적절 행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은 취소되지 않았고,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공사도 계속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의 거짓과 부실이 드러나도 개발은 멈추지 않는다. 이미 협의 완료된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새알미디어는 거제 노자산과 낙동강 하구에서 환경영향평가의 거짓과 왜곡이 어떻게 드러났고, 관계기관은 그 뒤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추적했다.

평가서에서 사라진 노자산의 멸종위기종

거제도 남단의 노자산은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대흥란 등 다수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거제외줄달팽이와 거제도롱뇽 등 고유종도 발견된다. 이러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이곳만은 지키자’ 수상지역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곳에 27홀 골프장과 숙박· 휴양시설 등을 조성하는 369만㎡ 규모의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추진됐다.
2018년 협의가 완료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현지조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을 삵과 황조롱이 단 2종으로 기록했다.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대흥란 등은 문헌상 출현 기록만 있을 뿐 현장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주민과 환경단체가 직접 조사에 나서자 팔색조 둥지와 긴꼬리딱새, 대흥란 등 수많은 법정보호종이 확인됐다. 현장에 실제로 존재하는 멸종위기 동식물들이 평가서 안에서는 사라진 것이다.

거짓 판정이 나왔지만 협의는 취소되지 않았다

주민과 환경단체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2020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업체를 고발했다. 수사 결과 조사자료가 7차례 이상 거짓으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기소 시점에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거짓·부실 검토전문위원회를 열어 거제남부관광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판정했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는 취소되지 않았고 개발사업도 중단되지 않았다.
김동성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거짓 판정이 나왔다면 사업을 중단하고 재평가하거나 과거 협의를 취소해야 하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승인권자인 경상남도가 판단할 문제라며 책임을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상남도는 거제남부관광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거짓 판정과 관련하여 개발 사업을 취소할 용의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시민단체가 제기한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1.7%에서 41%로 늘어난 생태자연도 1등급지

노자산 개발사업의 또 다른 쟁점은 생태자연도였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사업부지 내 생태자연도 1등급지는 육지 면적의 약 1.7%로 제시됐다. 그러나 주민들의 재조사 요구로 국립생태원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2022년 기준 1등급지는 전체 개발부지의 약 41%로 나타났다.
보전이 우선돼야 하는 지역이 기존 평가보다 2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22년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에서도 2018년 당시 생태자연도를 기준으로 협의했다. 평가서가 최초 제출된 시점의 생태자연도를 적용한다는 고시 부칙을 근거로 삼았다.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이를 환경영향평가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없던 호랑이가 지금 와서 살고 있다면, 환경영향평가에서 없다고 판단해야 합니까? 지금의 생태 현황을 정확히 조사하고 반영해야 합니다.”
결국 현장조사로 확인된 41%의 생태자연도 1등급지는 사업 입지를 다시 판단하는 근거가 되지 못했다.

대흥란 이식과 게재 취소된 논문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빠졌던 대흥란은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이미 관광단지 입지는 결정된 뒤였다. 논점은 ‘이곳에 관광단지를 지어도 되는가’가 아니라 ‘대흥란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로 바뀌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체서식지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협의를 완료했다. 사업자는 2024년 대흥란 23촉을 시범 이식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는 채취와 이식 과정이 제대로 기록되거나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흥란 이식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발표된 논문 「Characteristics of natural habitats of an endangered species, Cymbidium macrorhizon」도 논란에 휩싸였다. 공동저자에 환경영향평가 생태조사를 수행한 업체 직원들이 포함됐지만 논문에는 이해상충이 없다고 기재됐다. 연구비 역시 경북대학교 지원으로 표기됐으나, 교신저자인 추 모 교수는 새알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연구비는 환경영향평가업체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했다.
한국생태학회는 자생지 정보, 이해상충과 연구비 출처 문제 등을 검토해 연구윤리 위반 판정을 내렸고 생태학회지에 게재되었던 논문은 게재 취소됐다.
대흥란 이식의 학술적 근거와 시범 이식 사업이 신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큰고니의 겨울 서식지를 가르는 다리

낙동강 하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부산시는 자연유산보호구역 안에 대저대교와 엄궁대교를 추진하고 있다. 두 교량 예정지는 천연기념물 큰고니(백조)가 안정적으로 겨울을 보내는 핵심 서식지다.
시민환경단체 (사)습지와새들의친구와 부산 시민들이  2004년부터 20녀 년간 조사한 결과와 홍석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큰고니는 교량 사이의 간격이 4km 이상 확보된 곳에서 주로 서식했다. 새로운 교량이 들어서면 서식지는 4km 이하로 쪼개져 큰고니가 머물기 어려워진다.
갈등이 커지자 2020년 부산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 시민사회는 협약을 맺고 모두 62차례 공동조사를 실시했다. 한국환경연구원과 국립생태원 등 전문기관도 참여했고, 원안 노선이 큰고니 서식지를 파편화한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네 개의 대안노선이 제시됐다.
그러나 부산시는 2023년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대안노선 대신 기존 원안을 다시 채택했다.낙동강유역환경청은 협약 미이행만으로 평가서를 반려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협의를  진행했고, 2024년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와 엄궁대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

핵심 근거 논문이 취소돼도 공사는 계속됐다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서는 교량이 큰고니 서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근거로 논문  「낙동강 하구에서 을숙도 습지 복원 사업과 먹이주기 효과 및 큰고니의 상승 비행 유형」을 활용했다.
이 논문은 먹이주기와 습지 복원으로 큰고니 개체 수가 늘었고, 큰고니가 교량을 피해 비행하며 적응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데,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주요한 논거로 활용되었다. 특히 엄궁대교 평가서는 논문의 주요 문단과 표, 데이터 등을 그대로 옮겨 실어 교량 건설이 큰고니 서식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의 절대적인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습지와새들의친구가 이 논문과 관련하여 데이터와 분석의 문제를 제기했고, 2025년 10월 한국조류학회는 연구부적절 행위 판정을 내려 논문 게재를 취소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근희 씨는 논문 작성 당시 부산시 환경부서 고위 공무원이었고 현재 부산환경공단 이사장이다. 새알미디어는 논문 작성 경위와 논문 게재 취소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이 이사장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부산시는 환경영향평가서의 핵심 근거로 사용된 논문이 연구부적절 판정을 받고 학술지 게재 취소된 것과 관련 환경영향평가 철회나 사업 재검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시민단체가 제기한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니 소송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큰고니는 사라지고 대모잠자리가 발견됐다

공사가 시작되자 환경단체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습지와새들의친구 강선화 사무국장은  “말뚝을 박고 공사가 시작된 뒤 엄궁대교 예정지에서 큰고니가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26년 5월에는 엄궁대교 공사장 일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대모잠자리가 발견됐다. 공사가 잠시 중단됐지만, 부산시는 대모잠자리가 공사구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물막을 설치한 뒤 공사를 재개했다.
같은 달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저대교와 엄궁대교에 대해 갈등조정협의회와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검토전문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거짓과 부실을 검토하는 동안에도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거짓이 밝혀져도 개발은 멈추지 않는다

거제 노자산에서는 멸종위기종과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누락됐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공식적으로 거짓 판정을 받았다. 대흥란 이식의 근거로 제시된 논문도 연구윤리 위반으로 취소됐다. 낙동강 하류에서는 공동조사로 마련한 대안노선이 폐기됐고, 큰고니 서식지에 영향이 없다는 핵심 근거 논문도 게재 취소됐다. 공사현장에서는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멸종위기종이 추가로 발견됐다.
그러나 개발사업은 멈추지 않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협의가 끝났다며 승인기관에 책임을 넘겼고, 경상남도와 부산시는 소송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거짓이 밝혀져도 환경영향평가 협의의 효력은 유지된다. 핵심 근거가 무너져도 개발계획은 취소되지 않는다. 환경영향평가가 사실을 확인하고 개발을 통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이미 결정된 개발을 추진하게 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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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탐사취재는 뉴스타파 함께재단 KINN 탐사보도 취재비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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