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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환의 이정표, 탈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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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알탐사 기사보기]”환경영향평가 제도 개혁,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취재 배경]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하지만 무안공항 참사와 4대강 녹조, 전국 곳곳의 신공항과 난개발 사업을 취재하면서 공통된 의문을 마주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였지만, 그 뒤에는 환경영향평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왜 위험은 제대로 예측되지 않았을까. 왜 멸종위기종과 중요한 생태환경은 평가에서 누락됐을까. 왜 거짓과 부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돼도 개발은 멈추지 않았을까. 새알미디어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지역 주민과 전문가, 환경운동가, 현직 환경영향평가사, 참사 유가족,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이 탐사취재는 환경영향평가가 왜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는지, 무엇이 제도를 개발의 들러리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지키는 제도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 지를 네 편에 걸쳐 기록합니다
2025년 8월, 전국의 환경단체와 개발사업 지역 주민들이 세종정부청사 환경부 앞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가 반복돼도 평가서를 검토하고 협의한 정부기관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새알미디어는 앞선 세 편의 탐사취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가 실패하는 현장을 추적했다. 멸종위기종과 중요한 서식지는 평가서에서 누락됐고, 위험성은 축소됐다. 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확인돼도 이미 협의 완료된 환경영향평가와 개발사업은 취소되지 않았다.
평가를 받아야 할 개발사업자가 평가업체를 선정하고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에서 평가업체는 사업자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정부가 제시한 공탁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환경영향평가 공탁제와 정보공개 확대가 포함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개발사업자가 제1종 환경영향평가업체에 평가서 작성을 맡기고, 제1종 업체가 다시 제2종 업체에 자연환경 현장조사(현장 생태조사)를 맡긴다. 비용과 계약 권한을 가진 사업자와 제1종 업체가 현장조사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일부 대규모 사업에서 평가서 작성업체와 자연환경조사업체를 분리해 발주하거나, 공탁기관이 조사업체 선정과 조사비용의 적정성 검토에 개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3기관이 업체를 선정하고 적정한 조사비용을 보장하면 지나치게 낮은 단가로 발생하는 부실조사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도 개발사업자는 여전히 계약과 업무 진행의 실질적인 주체로 남는다. 업체 선정만 공탁기관이 하고 계약과 비용 지급은 사업자가 맡는다면, 사업자가 ‘갑’인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

현황조사는 공공이 맡아야 한다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환경영향평가 안에 서로 성격이 다른 업무가 뒤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개발 예정지에 어떤 동식물이 살고 있는지, 생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현황조사가 있다. 자연환경의 현재 상태는 개발사업의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존재한다.
“환경의 현재 상태는 개발을 하건 안 하건 변함이 없습니다. 그냥 현재 상태로 우리도 지금 환경부가  국립생태원을 대리로 해서 조사(전국자연환경조사)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개발을 하건 안 하건 그냥 조사를 해서 실질적으로 조사 결과를 받아오면 되는 거예요. 현황에 대한 조사와 (개발)사업은 완전히 다른 거다”
특정 개발사업으로 정밀조사가 필요해졌다면 사업자가 조사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서 조사기관을 선정하고 조사과정을 지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홍 교수는 “공익적 가치를 확인하는 현황조사는 국립생태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하거나 독립된 기관에 발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개발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저감방안은 사업자가 마련해야 한다. 사업계획을 어떻게 변경하고 어떤 보호시설을 설치할 것인지는 원인을 제공한 사업자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 저감방안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개발을 허용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즉 현황조사는 공공이 맡고, 저감방안은 사업자가 만들며, 사업의 타당성과 저감방안의 효과는 정부가 평가하고 검증해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업무를 하나로 묶어 사업자가 선정한 업체에 맡기는 구조로는 독립적인 평가가 어렵다.
그러나,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개발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의 주체가 되고, 대행계약에서 ‘갑’의 지위를 갖는 현행 구조를 유지하는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기후부는 오염과 훼손을 일으킨 사람이 비용과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을 근거로 현행 구조를 설명하며, 제3기관이 계약 전권을 가지면 사업자가 환경보전 의무에 소홀해지고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업자가 환경 피해의 방지와 복구 비용을 부담하는 것과 공익적 가치를 조사하고 평가할 권한까지 갖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 적극적인 공탁제가 필요하다

국회에는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비용을 승인기관 등 제3기관에 예치하고, 제3기관이 평가 용역의 발주와 계약을 담당하도록 하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은 정부안처럼 공탁기관이 업체만 선정하고 실제 계약과 업무 진행을 다시 사업자에게 맡기면 주종관계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이 공탁제 적용 대상을 용역비 약 2억1천만 원 이상인 사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문제다. 이 기준이면 전체 환경영향평가의 80% 이상이 공탁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공탁기관이 업체 선정뿐 아니라 계약, 비용 지급과 업무 관리까지 맡고 적용 대상도 대부분의 환경영향평가로 확대해야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평가가 끝난 뒤 공개해서는 늦다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또 다른 개혁 과제는 정보공개다. 현재 평가서는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을 통해 공개되지만, 협의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업의 정보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자가 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해도 정부기관이 이를 받아들인다.
녹색법률센터 신지형 변호사는 협의가 진행 중이거나 업체가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가가 완료된 뒤에야 평가서를 공개하면 주민들이 입지와 조사범위에 의견을 낼 시기는 이미 지나간다. 조사계획과 평가준비서, 관련 자료를 초기 단계부터 공개해야 누락된 항목과 잘못된 조사범위를 바로잡을 수 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평가서 원본을 내려받거나 텍스트를 추출하기도 어렵다. 수천 쪽에 이르는 평가서를 검색·비교하기 힘들어, 형식적으로는 공개돼 있어도 시민이 실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주민 참여는 계획이 결정되기 전에

현재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는 사업계획과 설계가 상당 부분 확정된 뒤 열린다. 주민들이 입지 자체를 문제 삼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다. 환경영향평가학회 부회장 조공장 박사는 “주민 참여가 늦게 시작되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입지 갈등이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개발사업의 입지 적절성을 판단해야 하는 절차는 전략환경영향평가다. 다수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최재홍 변호사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크다면 사업에 부동의하거나 입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함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판단을 미룬 채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 저감방안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붙여 다음 단계로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지가 결정된 뒤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 사업을 중단할 근거가 아니라 대체서식지로 옮겨야 할 대상으로 바뀐다. 이를 막으려면 입지 대안과 조사 항목, 범위를 결정하는 평가준비서 단계부터 주민과 환경단체가 참여해야 한다.
정혜경 국회의원(진보당)은 “지역의 생태와 환경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초기 단계부터 입지와 조사범위에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짓·부실이 확인되면 사업도 멈춰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서는 민간업체가 작성하지만 최종적으로 내용을 검토하고 협의 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그 산하의 지방환경청이다.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정부기관은 평가 실패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반복되고, 거짓 판정을 받은 평가서를 근거로 개발이 계속돼도 지금까지 정부기관이 책임진 사례는 찾기 어렵다.
정혜경 의원은 “거짓·부실 평가가 확인되면 해당 평가뿐 아니라 이를 근거로 한 승인과 개발사업도 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왕진 국회의원(조국혁신당)도 “단순히 다시 조사하도록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가서를 반려해 인허가 절차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 이후 심각한 환경 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자뿐 아니라 잘못된 환경영향평가에 협의해 준 정부기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주민과 환경단체가 환경 피해를 직접 다툴 수 있도록 원고적격 제한을 없애고 단체소송과 환경소송 제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 힘으로 개발을 멈춘 송악산

제주 송악산 뉴오션타운 사업은 주민 참여와 공공의 책임성이 만날 때, 무분별한 개발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 자본은 송악산 일대 19만㎡에 호텔과 휴양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주민들은 송악산의 자연경관과 일제강점기 역사 유적, 제주 근현대사의 현장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운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마을주민 1,090여 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후 제주도민 1만2천여 명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제주도의 심의를 통과한 상태로 제주특별법과 제주도환경영향평가 조례에 따라  제주도의회의 동의절차를 남겨두고 있었다. 제주도의회는 주민들의 문제제기와 평가 내용을 검토한 뒤 송악산 개발사업에 부동의했다. 제주의 자연경관과 역사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공익적 가치를 선택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송악산 개발사업 부동의 사례는 주민 참여와 공공의 책임성이 실현될 때 환경영향평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회적 논의의 제도로 바꿔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기술적인 서류심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입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더라도 이후 중요한 생태적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면 개발을 멈추고 다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홍석환 교수는 “사익을 추구하는 사업자와 공익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충돌할 때, 정부가 학술적 조사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공장 박사도 “환경영향평가가 기술 중심의 규제제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대화를 촉진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혁은 일부 업체를 처벌하거나 서류 양식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현장 생태조사는 사업자로부터 독립된 공공기관이 수행하거나 발주해야 한다. 사업자는 조사·평가 비용을 책임지고 환경 피해 저감 방안을  마련하되, 개발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저감 방안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일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
정보는 환경영향평가 초기부터 공개하고 주민과 환경단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크다면 부동의를 통해 사업을 취소시킬 수 있어야 하고, 거짓·부실 평가가 확인되면 평가 절차와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을 통과시키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우리의 안전과 삶, 자연과 생태계에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개발을 멈추기 위한 사회적 안전 장치다. 이제 우리는 개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자연과 생태환경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숙고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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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탐사취재는 뉴스타파 함께재단 KINN 탐사보도 취재비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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